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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일시 : 2024년 4월 13일(토) 10:00

마라톤 뉴스

남형권기자의 하프코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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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조회 20,014회 작성일 08-04-2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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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내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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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42분08초, 이번 제 5회 전기사랑 마라톤에서 나의 하프코스 기록이다. 당초 2시간 30분을 목표로 했지만 12분 정도 목표에서 벗어났다. 코스를 완주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겠다.

내가 이번 전기사랑 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달린데는 편집국 직원들의 지지도 있었지만 내 스스로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도전을 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하프코스를 선택했을때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다. 최소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달리기로 몸을 만들고 축구나 등산 등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라는 게 편집국 직원들의 직언이었지만 이미 내 뱉은 말에 책임이 따라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내생에 첫 도전을 과감히 실행했다.

처음 하프코스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마라톤 대회가 한달여 남았으니 안심이었다. 지난 해 세브란스 마라톤에서 10km를 52분에 돌파했기 때문에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음 먹기는 쉬우나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술로 시작해 금요일까지 쉴 틈이 없었다. 술에 찌든 몸은 마음 같이 움직여 주질 않았고 주말에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나는 가끔 생각했다. ‘완주를 못하면 어때, 달리는 데까지만 하지머’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며 시간만 축냈다.

행사 당일 아침 5시에 눈을 떠, 샤워를 하고 회사로 향했다. 마라톤 행사는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경품을 운반하고 대회장에 나가서 행사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내 가슴에 붙여있는 ‘하프 20497번’, 과연 뛸 수 있을 지 부담감이 밀려왔고 10시 30분, 시간이 돼서 스타트라인에 설을 때는 이미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출발한지 한 참이 됐을 까, 1km 지점 입갑판이 놓여져 있는 지점에 다다르자 숨이 가빠진다. 호흡을 자주 하면서 몸의 밸랜스를 맞춘 후 반환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5km 지점에 도착하자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시작하기전 식수대에 어디에 배치됐는 지 모른 터라 앞이 깜깜 했다. 지나 다 보니 3km 지점에 식수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나 그러면 6km 지점에서 목을 축을 수 있겠구나 하고 달렸다.

한강의 아름다운 배경과 강바람을 사이로 달리는 기분은 꽤 운동하기에는 좋았다. 이날 기온이 초여름을 방불케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달리기를 하는 데는 무더운 날씨였다. 6km 지점에 도달하자 송파구청에서 자원봉사로 나온 난타공연팀이 달리는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공연을 하고 있었다. 마라톤대회에서 볼수 없었던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10km 지점, 동호대교가 보이자 이제 반환점이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솟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성수대교 밑까지 가야 반환점이다. 정식 마라톤 풀코스의 하프니까 1.8km를 더가야 반환점에 도달한다는 사실이 그때야 알았다.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10km 지점 기록을 보니 56분 정도, 지난 해 세브란스 대회 기록 보다는 3분정도 늦은 패이스였다. 그래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는 게 나에게는 위안이 됐다.

반환점을 돌아 15km를 달리고 7km 정도 남았을 때,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남은 거리를 생각하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2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이면 골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나타났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이미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이 때부터 6km 남은 지점까지는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머리는 멍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15km를 달리자 이미 한게점에 도달한 것 같았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미 와버린 길을 다시 돌아가야 처음 스타트 자리로 간다는 사실이 막막하기만 했다. 환자 후송 차량이 지날때마만 자꾸 쳐다보게 된다. 아프다고 하고 차라도 탈까 하는 마음에서….

6km 남은 지점에 도달하자 반가운 식수대가 보였다. 목 마름을 채우고 나니 배가 고팠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바나나가 있냐고 물었는 데 이미 다 나가고 초코파이만이 남았단다. 바나나를 이렇게 애절하게 찾을 지는 몰랐다.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리를 줄어들지 않고 자꾸 걷기만한다. 갈길이 아직 먼데 몸은 천금만금이 돼 버렸다.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새겼다. 여기서 멈추면 달리지 않은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어찌됐든 완주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걷고 뛰기를 반복하는 동안 목표 지점 1km가 보인다. 순간 머리속을 스쳐간다. ‘이제부터는 뛰어서 멋지게 골인하는 거야’, 헌데 문제가 생겼다. 장단지 쪽에서 근육이 튀는 느낌이 온다. 더이상 뛴 다면 근육에 무리가 갈 것이 뻔한 상황, 마음은 뛰고 싶었지만 몸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골인지점 에 도달하자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만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2시간 42분이라는 정광판을 바라보면서 이제 내가 목표했던 완주를 이루는 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갔다.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 그리고 편집국 직원들이 모두 나와서 나의 완주를 축하해 주었다. 가슴벅찬 레이스였다. 다시는 올지 모르는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nbsp;&nbsp;
 
남형권 기자 (namhg@electimes.com)
최종편집일자 : 2008-04-23 11:08:41
최종작성일자 : 2008-04-21 12:00:59